[도서] 축제의 문화사

 

몇 해 전 문화관광축제 실무자 교육에서 카니발과 관련한 윤선자 교수의 강의 참여가 있었다. 당시에는 지역활성화축제류가 잘 나가던 시기여서 카니발과 관련한 내용의 축제 강의가 먹힐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그런 일이 실제 일어났다. 교수님께서는 뭔가 하나라도 얻어가려는 공무원들의 졸린 눈을 감당하지 못하시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강의를 마치셨다. 

 

현재 뭘 해도(예산 지원, 정책 지원 등) 잘 안되는 지역활성화축제류의 문화관광축제의 정체기인 지금 윤선자 교수의 축제의 문화사가 해결책이 될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책을 소개한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봤던 문구가 오늘날의 축제가 페스티벌이 될 수 있는 트리거가 되길 바란다.

 

It can be seen that it was already in the form of a festival before the 13th century. The carnival was a folk festival enjoyed until the eve of Lent, and during the Renaissance, a relatively large ball was held during the carnival, and the procession took place most in the small alleys of the city.

 

카니발은 13세기 이전에 이미 페스티벌의 형태를 갖추고 이어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카니발은 사순절 전날까지 흥겹게 즐기는 포크 페스티벌의 성격을 띠었으며, 르네상스 시대에는 카니발 기간 동안 비교적 큰 규모의 무도회가 열리고 도시의 작은 골목에서는 가장행렬이 펼쳐졌다.

 

『축제의 문화사』는 프랑스의 축제 문화를 통해 그 자체의 사실과 의미 전달보다는 '축제'라는 주제를 이해시키고자 하는 책이다.

 

저자는 유럽이 신화와 종교를 공유하기 때문에 문화나 관행에 있어 공유하는 부분이 많으며 축제가 그 대표적인 경우라고 말한다. 때문에 이 책이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내용이 같은 시기 유럽 사회 전반에 고루 나타났던 축제의 본질과 형태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1) 카니발의 기원과 변천사

축제의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오늘날 우리가 아는 축제는 어떻게 발전하여 왔는가. 저자 윤선자는『축제의 문화사』에서 유럽의 대표적인 축제인 카니발, 특히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각종 축제 관행들을 펼쳐 보이며 이 질문들에 답을 해가고 있다. 혹독한 겨울의 끝에서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유럽 원시인들의 신화와 다산과 풍요를 기원했던 그들의 관행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여 고대 바빌로니아의 신년축제,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축제, 그리고 로마의 겨울축제 등이 유럽으로 전해지는 과정을 기술하며 카니발의 기원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를 제시한다. 또한 이러한 각종 이교적 축제들은 지역의 풍습과 중세 유럽 교회의 영향 아래 카니발로 자리 잡게 되는 양상과 중세에서부터 르네상스를 거쳐 종교개혁 시대에 이르기까지 카니발을 비롯한 유럽의 축제와 그와 관련된 풍습과 관행이 지역적, 경제적, 종교적 환경에 따라 변해가는 모습을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세밀하게 기술하고 있다.

 

(2) 카니발, 인간의 본능적 욕구의 표출의 무대

카니발은 일반적으로 금욕 기간인 기독교의 사순절 직전에 행해지는 통과의례적인 축제인데 넓은 의미에서 보면 카니발은 겨울이 시작되는 11월부터 이미 시작되어 2월까지 이어진다. 『축제의 문화사』에서는 이 기간에 프랑스에서 행해지는 각종 축제들이 갖는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그 의미를 파헤친다. 만성절, 성 바울 축일, 성촉절, 육식일 등의 축제는 유럽 지역에서 기독교화 된 형식을 띠고 행해졌지만 사실상 이들은 사람들이 태곳적부터 기원해 왔던 풍요와 재생, 그리고 재생을 위한 파괴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자연적인 욕구를 억누르는 제도와 권력으로부터의 억압에 저항하는 정신을 담고 있다. 카니발은 인간의 자연스런 욕구를 표출하는 무대로서 이런 점은 카니발의 관행 속에서 여러 모양으로 나타난다. 해학을 통해 기존의 권력을 풍자하며, 질서를 뒤집고, 마음껏 먹고 마시며 본능적 욕구를 발산하는 것이다.

 

(3) 축제와 사회와의 관계

한편 저자는 카니발의 관행들이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권력을 견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놓치지 않고 지적한다. 이 책에서는 풍자로 가득 찬 연극과 ‘카니발의 왕’을 마네킹으로 만들어 재판을 하고 처형하는 관행, 청년들이 범상치 않은 결혼을 한 사람이나 악덕한 업주를 상대로 놀리고 야유하는 ‘샤리바리’라는 풍습 등에 대한 사례들을 제시하며 그런 관점을 뒷받침한다. 한편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시기를 지나며 카니발의 성격이 변질되는 양상도 소개되고 있다. 경제의 발달과 도시화 속에서 축제는 권력자의 권위나 각 직업집단의 권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종교개혁 당시에는 종교적 신념을 강요하고 종교 간의 대립을 조장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다양한 카니발의 모습을 통해 축제란 것이 인간 사회에서 갖는 본래적 의미가 무엇인지 찾아나간다.

 

『축제의 문화사』는 프랑스 카니발과 그 언저리에 일어나는 다양한 문화적 관행에 대한 상세한 기록을 담은 풍속사이다. 당시 농촌과 도시에서 어떤 단체들이 축제를 주도했으며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카니발 기간에 행해진 각기 다른 축제들은 어떤 전통적인 관행을 가졌는지 저자가 오랜 기간 연구를 통해 수집한 자료들이 생생하게 이야기로 재구성되어 살아난다. 흔히 접할 수 없는 관련 도판들이 본문 사이사이 배치되어 내용의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책 후미에 붙은 300개가량의 주석과 참고 자료도 이 분야를 공부하는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작성 2025.08.29 18:11 수정 2025.08.2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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