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의 유명한 축제는 중심지와는 좀 떨어진 경우가 많아서 지역 내에서 식사를 하기가 애매하다. 일찍 도착하면 점심을 먹고 축제장으로 가거나 아니면 조금 이른 저녁을 먹고 축제장에 가야 한다. 선택은 언제나 페스티벌 고어의 몫이다. 이런 선택에 적당한 제천의 음식점을 소개한다.
제천 시락국
제천역을 등지고 2시 방향으로 바라보면 근현대시대의 건물이 보인다. 베니스 모텔의 옆집이다. 제천 시락국집이다.
14개의 테이블. 오래된 느낌이다. 깔끔하지는 않다. 기름때와 담배 연기가 천정과 벽에 붙어있는 느낌이랄까. 더럽다는 것이 아니라 깔끔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화장실은 보통 수준이다. 여자 손님이 가는데 꺼림직하지는 않다. 다만 화장실 가는 곳이 창고 정도로 사용되는 곳이어서 청결해 보이지는 않는다.
시래기밥이 주메뉴다. 시래기밥+시래기국+강된장+장아찌+석박지가 나온다. 가격은 1만원이다. 계란말이는 여는 음식점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분명하게 엄마가 해주는 정도는 된다.
자리를 잡으면 물을 갖다준다. 그리고 반찬이 나온다. 장아찌+석박지+강된장이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시래기밥과 시래기국이 나온다.
먼저 두 가지 방법으로 맛을 보란다. 참깨가루가 뿌려진 시래기밥을 잘 섞어 시래기밥의 순수한 맛을 보란다. 간이 안 맞다 싶으면 강된장을 조금 넣어 비벼 먹어보란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인다. 시래기밥은 숨숨하다. 굳이 강된장까지 넣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숨숨하면 돌아가면서 장아찌와 석박지를 반찬으로 하면 될 것 같다. 장아찌는 발효된 간장을 넣은 건지 간장을 넣어 발효한 건지 짜지 않다. 시래기밥과 간이 맞다. 석박지는 국밥집의 빨간맛의 큼직한 석박지가 아니다. 숨숨하다.
시래기국은 팔팔 끓여 나오지 않는다. 미지근하다. 심심하다. 담백하다. 담백하다는 뜻이 특별하지 않고 재료의 맛이 우러나는 맛이라고 한다면 시래기국에 딱 들어맞는다. 시래기밥을 먹다 보면 감동을 받게 된다. 이렇게 소박한 음식에 정성을 가득 담아 밥상을 받는다는 느낌이다. 유명새를 타서 인지 MZ 세대도 보이고 장날에 온 장삿꾼 할머니도 보이고 여우짓하는 손녀에 연신 웃는 3대 가족도 보인다. 막 붐비지는 않는 집이다. 2시부터 5시까지는 오후 장사를 위한 재료 준비 시간이다. 제천에 도착하는 기차 시간을 잘못 맞추면 자칫 밥 굶기 딱이다.

산아래 본점
전에는 산아래였는데 전국에 산아래라는 음식점이 많이 생겨서인지는 몰라도 네이버 검색에는 산아래 본점이라고 나온다. 지금은 명칭이 제천 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로 바뀌었지만 2010년 세계한방바이오엑스포 때에 팸투어로 다녀왔다. 당시에는 가나안농군학교와 관련된 스토리텔링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어쨌든 맛은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다양한 메뉴가 생겨났는데 오늘 소개할 메뉴는 우렁쌈밥이다. 지금 메뉴표에는 우렁 친환경쌈 정식으로 적혀있다.
우렁쌈밥의 첫인상은 매우 건강한 식사일 것이라는 느낌이다. 다양한 쌈이 나온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쌈의 종류가 적어졌다. 반찬은 놋그릇에 담아나오는데 양은 적지만 거의 무한리필 수준이다. 우렁쌈장은 산아래의 시그니처 메뉴여서 다양한 산아래 정식 메뉴에 대부분 포함된다. 그러니 굳이 우렁쌈밥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위의 더덕정식에서 아래의 우렁쌈장이 가운데 자리를 잡으면 우렁쌈밥이다]
차가 없으면 택시를 타고 가면 된다. 폭염이나 폭우가 아니면 순번을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대기 공간을 일부러 꾸몄다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아기자기하게 그렇게 촌티나지 않게 꾸며놓았다. 이렇게 유명한 음식점은 쉬는 날도, 영업 시간도, 휴식 시간도 제각각이니 잘 챙겨보아야 한다.
아무튼 산아래 우렁쌈밥은 평생 꼭 한번은 먹어야 할 음식에 넣을 수 있다.
대보명가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뜻의 약식동원이란 말이 있다. 약과 음식을 합친 말로 약선이란 말이 있다. 대보명가는 단순한 한정식집이 아니고 약선 음식을 제공하는 음식점이라고 생각한다. 여기는 제천시 팸투어를 따라 갔다가 알게 된 곳이다. 그 이후에는 충주의 앙성온천에 들렸다가도 일부러 저녁을 먹으러 들렸던 곳이다. 돈을 물쓰듯 쓰던 시기여서 조금 비싼 음식값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제천이나 주변 지역을 들리기만 해도 꼭 들려서 먹는 음식점이었다. 다만 제천의 축제장에서는 조금 떨어진 의림지 근처에 있다.

지금은 건물 외벽에 칠을 다시 한 느낌이다. 건물 앞의 주차장이 넓어서 언제 가더라도 주차에는 문제가 없었다. 전에는 의자에 앉는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좌식을 겸하는 것 같기도 하다. 주로 먹었던 메뉴는 제천약초밥상이었다. 기억으로는 약선밥상이었던 것 같은데 기억은 가물가물한다. 같이 갔던 딸은 좀 더 비싼 한우약초떡갈비를 먹었다. 이것도 약선떡갈비이라고 기억한다. 떡갈비는 물론 양이 많아서 같이 나눠 먹었다. 메뉴 약초밥상은 돼지불고기, 된장찌개, 두부조림이 주된 음식이고 꽤 많은 반찬이 정갈한 접시에 담겨져 나왔다. 발효장을 사용했는지 반찬을 발효했는지 자극적이지 않은 반찬으로 기억한다. 테이블 가득 음식이 채워졌다. 솥밥의 누룽지를 마지막으로 먹을 때까지 행복했다.

아무튼 세상 제일 맛없는 음식이 축제장 음식이라고 하는데 제천의 축제 여행을 한다면 지역의 유명 음식점에 들려 식도락을 놓치지 말기 바란다. 전에 청풍명월의 제천을 떠올리며 풍미제천이라 한 적이 있다는 기억이 난다. 제천 바람의 맛은 어떤 맛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