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탐방기] 크리스마스 마켓 탐방기

우리나라에서 크리스마스는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 연말을 기념하는 날로 여겨진다. TV에서 명동성당의 미사나 유명 교회의 예배가 중계되는 정도이다. 12월이 되면 주요 도시의 쇼핑가, 백화점, 거리가 화려한 조명과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로 장식되어 축제 분위기가 난다. 최근 들어 대형 쇼핑몰에서는 미디어 파사드, 크리스마스 팝업 스토어, 대형 트리 등을 선보이기도 한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발렌타인데이처럼 연인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날로 여겨진다. 데이트, 외식, 호캉스 등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탈의 밤이랄까? 중딩 때, 부모님이 안 계신 친구의 집에서 중국 음식을 시켜서 먹으며 카세트 플레이로 고고 춤을 추며 밤새워 놀았던 추억이 있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캐롤송의 가사처럼 산타크로스(대부분 부모님이지만)한테 선물을 받는 아주 특별한 날이다.

 

TV를 통해 보여지는 크리스마스 풍경을 동경하기도 했고 어떤 강의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에 대해 강의하면서, 가보지도 않은 크리스마스 마켓에 대해 얘기하는데 말빨도 서지 않는 것 같아서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가보기로 했다.

 

공부 좀 했다. 유럽의 유명한 크리스마스 마켓에 대해 찾아보고, 한번 유럽에 갔는데 그것만 보고 오기도 아쉬워서 몇 군데 크리스마스 마켓을 추가했다. 또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성하는 요소가 뭘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아무래도 크리스마스니까 크리스마스 기념품이 있겠고, 크리스마스 캐롤, 크리스마스 음식, 글루바인 등. 글루바인은 다니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꼭 먹어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해서 짠 크리스마스 마켓 루트는 스트라스부르(프랑스)-뉘른베르크(독일)-프라하(체코)-비엔나(오스트리아)-부다페스트(헝가리)다.

 

우리나라에서 출발할 때는 항공편을 이용했고 국가 간의 이동은 유레일패스를 이용했고 각 나라 안에서는 지하철 또는 트램, 버스, 택시를 탔다. 첫 번째 크리스마스 마켓은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이었는데, 함께 크리스마스 마켓을 여행하기로 한 일행이 있어서 파리로 들어가 일행을 픽업해서 프랑스 동역에서 유레일을 타고 스트라스부르에 갔다.

 

파리에서는 사전 공부할 때 몰랐던 콩코드광장 옆 뛸르히 가든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우연히 들렸다. 우리나라 광화문 광장의 크리스마스 마켓과 비슷했다. 플리마켓과 푸드코드를 혼합한 야시장 분위기였다. 크리스마스 기념품, 음식, 뱅쇼(글루바인의 프랑스풍) 등을 분위기로 느꼈는데 캐롤은 들리지 않았고, 엄청나게 큰 규모였다. 아무튼 기대했던 크리스마스 마켓이 아니였고 우리나라의 대부분 크리스마스 마켓이 뛸르히 가든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벤치마킹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깊게 본 것은 개선문까지 이어진 샹젤리제 거리의 크리스마스 트리였는데, 가로수에 화환 모양의 장치를 달아 붉은빛 트리를 달아놓았다. 우리나라에서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분위기에 취해 걸어보고 싶었지만 거리 골목으로 들어가 카페 오레(카페 라떼의 프랑스풍)를 마시는 것으로 만족했다.

 

전날 프랑스 동역으로 사전 답사를 했는데 콜마르 크리스마스 마켓 팝업 스토어를 열고 있어서 스트라스부르에 가기 전에 잠깐 콜마르 크리스마스 마켓에 들리기로 하고 유레일패스를 수정했다.

 

콜마르 크리스마스 마켓은 역사적인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크리스마스의 동화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데 콜마르에 도착해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구경도 못했고 약국에 들려 부르튼 입술이 건조해져서 터지지 않도록 입술보호제를 구입해서 카페에 들려 일행이 돌아올 때까지 뱅쇼를 마신 게 추억의 전부이다. 이 입술보호제 아직도 갖고 사용하고 있다.

 

스트라스부르는 입구에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의 수도라는 네온 사인물을 걸어놓았다.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크라스마스라는 자부심이 있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근처에서 열리는데,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은 주교좌 성당이며 성모님을 수호성인으로 모시고 있다. 얼마 전 불타서 복원한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과 같은 수호성인이다. 노트르담은 성모님을 의미한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주로 스트라스부르 대성당과 같은 성모님을 수호성인으로 모시는 카톨릭 교회에서 열린다. 예수님의 탄생과 관련된 기념일인데 그 어머님인 성모님에 대한 교리가 달라서 개신교 교회에서는 잘 열리지 않는다.

 

대성당 근처에는 이동식 부스가 설치되어 있는데 크리스마스 기념품, 뱅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음식은 잘 보이지 않고 캐롤도 잘 들리지 않는다. 저작권 때문이라고 하는데 욕먹기 딱 좋은 행태다. 부스의 운영자는 대부분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람들인데 성당 단체의 봉사자이거나 자선단체의 봉사자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님과 그 어머니 등을 생각해보면, 성모님을 수호성인으로 모신, 주로 대성당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여는 것과 예수님의 탄생의 기쁨을 나눔으로 봉사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것이 크리스마스 마켓의 기본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크리스마스 마켓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한 부스에서 뱅쇼를 마셨다. 붉은색을 의미하는 후즈라는 발음을 잘못해서 판매하는 노인께서 나에게 여러 번 후즈라고 말했다. 후즈, 후즈, 후즈.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 풍경의 특징은 대부분의 빌딩 외벽에 커다란 크리스마스 장식을 부착한 것이 특징이다. 이 장식이 압도적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거리에는 붉은빛의 등으로 만든 문 사이로 진저쿠키 등장식을 해놓았다.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오래된 크리스마스 마켓이란 느낌을 주었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을 조금 벗어나면 끌레베흐 광장이 나타난다. 이곳에는 얼음광장이 있어서 몇몇은 스케이팅을 즐기고 있고, 크리스마스 마켓이 펼쳐져 있다. 커다란 나무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놓았는데 유럽의 여러 크리스마스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고 아이들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펼쳐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엄청 큰 키의 나무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꼼꼼히 해놓은 게 압권이다.

 

[스트라스부르 건물마다의 크리스마스 장식]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은 큰 특징은 거리 하늘에 붉은색 옷을 입은 금빛 천사가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 천사들이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은 성모성당(frauenkirche)에서 열린다. 키르케에서 교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카톨릭 성모성당이다. 크리스마스 마켓 입구에서 글루바인(따뜻한 와인, 프랑스에서는 뱅쇼)을 마셨다. 커다란 머그컵으로 마셨는데 보증금을 받았고 컵의 디자인이 크리스마스 마켓과 관련돼 있었다. 컵이 이뻐서 가져갈 수도 있고 해서 보증금을 받는 것 같았다. 조금 더 크리스마스 마켓 쪽으로 들어가서 독일식 소시지빵을 먹었는데 데운 빵에 튀긴 소시지를 넣어서 준 게 전부이다. 소시지가 워낙 맛있었다.

 

성모성당을 벗어나 언덕을 오르고 한참을 걸어서 한식당을 찾아갔다.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시큼한 국물 맛과 칼칼한 고춧가루 맛이 덜 해서 우리나라에서의 맛은 아니었다. 성모성당으로 돌아와서 크리스마스 기념품을 구경하다가 다시 입구로 와서 컵을 돌려주고 보증금을 돌려받았다. 3유로이다.

 

[뉘른베르크의 금빛천사]

 

프라하 크리스마스 마켓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마켓이라는데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다. 여기 크리스마스 마켓도 성당 앞 광장에서 펼쳐지는데 성당 이름은 모르고, 종탑 시계가 정각이 되면, 인형이 나와 회전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구경해봤는데 내 눈에는 그렇게 신기해 보이지는 않았다.

 

프라하 크리스마스 마켓의 먹거리는 바켓트 빵을 가운데 잘라서 엄청 큰 구운 소시지를 넣어서 접어 먹는 바츨라프 핫도그와 굴뚝빵이라고 불리는 뜨레들락을 와인 펀치라 불리는 뱅쇼와 크리스마스 마켓 곳곳에 세워진 통나무통에서 서서 먹는 것이다. 와인 펀치는 뱅쇼보다는 달고 향이 좀 강한 편이다. 그런데 맛있다.

 

유럽풍의 마차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관광객도 보았고, 광장에 있는 큰 나무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걸려있고 때가 되면 음악에 맞춰 크리스마스 장식쇼를 하는 것도 보았다. 크리스마스 기념품은 많이 보이지는 않았고 장미 장식을 만들어주는 대장장이를 볼 수 있었다. 뭔가 어수선한 분위기다.

 

[비엔나 크리스마스 마켓의 기념품]

 

그 유명한 비엔나 크리스마스 마켓을 밤에 가지 못했다. 점심이 채 안된 시간에 도착했다. 이곳은 성당이 아니고 라트하우스라고 불리는 시청 광장이다. 기념품을 파는 부스가 곳곳에 있었고 펀치를 파는 부스도 있다. 이곳도 캐롤은 들리지 않았고 음식파는 부스는 눈에 띌 정도는 아니다. 감자를 구워파는, 밤을 구워파는 곳이 보였다. 정겹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선생님을 따라 견학을 온 것 같다. 아이들은 신났지만 선생님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시청앞 커다란 나무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돼있었고 황금날개가 그 아래서 포토존을 이루었다. 공원의 큰 나무에도 크리스마스 장식이 돼있었다. 나무가 커서 스트라스부르만큼 컸다. 대관람차 같은 놀이시설도 있었다. 공원의 한곳에는 아이스링크가 만들어졌고 루미나리에도 있었다. 여기는 종교적인 분위기가 나지 않았지만 프랑스의 뛸르히 가든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이다. 뱅쇼가 아니라 크리스마스 마켓 오렌지 펀치로 한낮의 크리스마스 마켓의 어색함을 달랬다. 그런데 웬지 해장되는 느낌이다.

 

부다페스트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곳 중 하나는 성이슈트반 대성당 앞이다. 이 성당 안에는 아기예수상이 유명해서 꼭 보리라고 생각하면서 크리스마스 마켓 리스트에 넣었는데 까맣게 잊어버리고 헝가리 소시지인 콜바스와 글루바인만 마신 기억이 있다. 성당 앞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고 기념품을 팔고 있고, 이곳에서도 굴뚝빵을 팔았는데 이름이 헝가리와는 조금 다른 퀴르퇴슈컬라치이다. 헝가리보다는 조금 긴 편이고 여러 가지 토핑을 빵에 넣어 먹는다. 그 뒤로 아이스링크가 있고, 옆으로 음식이 있다. 이곳에서는 캐롤을 들을 수 있었는데 믹스 형식의 곡으로 기억한다. 참 삼성에서 일했던 적이 있는 사람을 만났는데, 한국말로 이리오세요 하면서 글루바인을 사줘서 얻어 마신 추억이 있다.

 

[부다페스트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한곳성이슈트반 대성당]

 

부다페스트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또 한곳은 뵈뢰슈머르치 광장이다. 오래된 클래식한 지하철을 타고 도착했는데 아일러브 부다페스트란 커다란 글자 장식물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웬지모르지만 아직도 이때 찍었던 사진을 보면 아련한 느낌이다. 낮인데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제법 열렸다. 크리스마스 기념품을 팔고 글루바인을 팔았다.

 

이곳에서는 크리스마스 먹방을 찍었던 기억이다. 우리나라 육개장과 비슷한 굴라시를 먹었고, 국물이 너무 빨리 빵에 스며들었는데 맛은 양념 참치캔 맛과 비슷했다. 또 꽈배기 맛이 나는 헝가리 호떡인 랑고쉬에 여러 가지 토핑을 얹어서 먹었는데 토핑 순서를 잘못 정해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모양새로 먹었다. 맛은 호떡에 여러 가지를 얹어 먹는 맛인데도 괜찮은 편이었다. 먹방 마지막은 헝가리 굴뚝빵이었는데 소문만큼 대단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유명한 기념품샵이 있었는데 그곳에 가서 크리스마스 마켓 여행에서 짐이 될까봐 사기를 미루었던 호두까기 인형을 샀다.

 

[뵈뢰슈머르치 광장의 푸드코트]

 

크리스마스 마켓 여행을 마치면서 생각을 했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충분히 여유롭게 현지인처럼 즐기려면 한 곳에 이틀 정도는 머물러야 한다는 생각이다. 낮에는 그곳의 유명 장소에 들려보기도 하고 유명 맛집에 들려보기도 하면서 밤에는 그리운 사람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겠다는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면 이국에서 낯선 풍경의 크리스마스 풍경이 행복해질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성 2025.10.31 23:41 수정 2025.11.0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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