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 변화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겨울 축제가 가능할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눈이 내리지 않아서 겨울 축제들이 애를 먹고 있을 때였다.
삿포로 유키마츠리는 두 번 다녀왔다. 한번은 2006년 쯤, 이벤트 관련된 업체 분과, 또 한번은 2017년이다. 이때도 축제와 관련된 분과 다녀왔는데 일보다는 친분이 있는 분이었다. 여행사를 통해 갔지만 패키지보다는 개별 여행 성격이 강했다. 함께 한 가이드는 두 번 모두 호나미상이다. 이분 덕분에 아주 사적인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아침부터 싸리 눈 같은 게 내리는데 하루 종일 내린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눈 위로 검은 알 같은 게 보인다. 물어봤는데 미끄러지지 말라고 뿌려놓은 것이란다. 요거 벤치마킹해서 우리나라에도 활용해 봐야지.
스즈키노 거리는 얼음조각상이 여러 개 펼쳐져 전시되고 있었다. 도로 가운데 자리를 잡았는데 사람들이 오고 가며 구경하는 것을 막지는 않았다. 얼음조각 안에는 홋카이도의 수산물이 넣어져 있었다. 투명한 얼음조각 이어서 잘 보였는데 그다지 감흥이 있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삿포로 유키마츠리의 한 축을 맡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츠도무 회장에 갔다. 일본인 가이드 호나미상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일본어가 어떻게 영어를 표현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츠도무 회장은 스포츠 돔이 있는 장소이다. 밖에는 대형 눈 미끄럼틀이 있고, 스노우 래프팅을 즐기는 곳이 있고, 눈놀이를 하는 공간이 있는, 꽤 넓은 공간이다. 이런 시설들이 없으면 주차장으로 쓰였을 횡한 공간이다. 호나미상의 도움으로 줄 잘서는, 차례를 잘 지키는 일본에서 유명한 한국 유튜버로 새치기 해가며 눈 미끄럼틀도 타고 스노우 래프팅도 했다. 도널드가 주인공이었다.
난 촬영하며 꼽사리로 끼어서 즐겼다. 돔 안에는 먹거리 부스와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특별히 뭘 먹은 기억은 없다.
삿포로역 앞 TV 타워부터 오도리 공원이 시작된다. 꽤 멀리까지 눈조각상이 펼쳐진다. 몇 개의 교차로를 건넜던 기억이다. 오도리 공원이 시작되는 곳에 아이스 링크가 설치되었다. 10년 전에는 없었던 것인데 시대의 흐름이 바뀌는 것에 맞춰 가는 것이리라. 일행 중 몇몇이 스케이팅을 했는지 안했는지 가물가물하다. 몇몇이 팀을 이뤄 따로따로 오도리 공원을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아이스 링크를 지나면 일본의 유명한 포장마차, 야타이가 보인다. 일본의 축제에서 볼 수 있는 야타이다. 연기를 뿜으며, 냄새를 풍기며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 야타이도 10년 전에는 없었던 것이다. 시대의 흐름이다. 도널드가 여기서도 한 몫을 했다. 도널드 의상을 입고 야타이 여기저기서 재롱을 떨어서 몇몇 야타이에서는 무료 음식을 제공해 주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먹히는 도나루도상이다.

삿포로 유키마츠리는 일본의 자위대가 만드는 대형 눈조각상이 유명하다. 그런데 오도리 공원을 따라서 지역의 여러 단체가 참여하는 작은 눈조각상도 있다. 볼만하다. 스토리도 있다. 감동도 준다. 눈에 띄는 눈조각상은 곳곳에 전시되어 있는 미디어 아트와 결합된 눈조각상이다. 다양한 주제를 표현하고 있다. 이것도 10년 전에는 못 봤던 흐름이다. 이점은 눈에 띄게 발전한, 눈부신 변화라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눈조각상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핵심적인 내용을 눈조각상 위로 투사하였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내용을 오디오로 제공하였다. 10여 분이 안되는 시간 동안 압도적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감동의 순간이었다. 삿포로 유키마츠리가 전 세계의 여러 겨울축제 중에서 특별한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먹으러 삿포로 맥주 박물관에 갔다. 택시를 타고 갔는데, 도착할 때 눈 내리는 박물관 전경은 영화와 같았다. 이곳은 낮에는 박물관으로, 그리고 저녁에는 뷔페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 일행은 당연히 뷔페를 즐기려고 왔다. 10년 전에는 홋카이도의 대게가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징기스칸 요리로 바뀐 느낌이다. 그래도 대게를 많이 먹었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이니만큼 맥주는 무한리필이다. 삿포로는 우유도 유명한데 후식으로 삿포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오도리 공원을 지나서 숙소로 돌아왔다. 중간에 유명한 라멘 골목이 있어서 식후로 라멘을 맛보기로 했다. 좁은 라멘집에 여럿이 앉기가 어려웠다. 먹고 싶은 라면도 제각각이었다. 여기서 호나미상이 이 어려운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 주었다. 난 일본 라멘은 별로여서 큰 도로 쪽으로 나왔는데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동화같았다. 라멘을 일찍 먹은 몇몇이 나와서 이 동화같은 광경을 즐겼다. 담배를 피우면서...
그렇게 먹고 먹었는데 숙소 앞에 있는 허름한 이자카야에 들렸다. 좁은 공간에 우리 일행으로 꽉 찼다. 300엔 짜리 즈키다시 값에 놀랐고,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던 750mm의 경월 소주에 놀랐다. 축제 얘기보다는 사람 사는 얘기로 밤늦도록 마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