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축제만을 위해 벨기에를 방문한다는 것은 좀 무리가 있다. 나도 몇 해 전 유럽의 여름 축제를 탐방하다 유럽에 온 김에 일정을 짜서 들린 벨기에의 작은 축제이다.
무턱대고 찾아 온 축제여서 현지에서 불어 잘 하는 김규원 박사님과 카톡으로 발음도 하기 어려운 ducasse에 대해 물어봤다. 김규원 박사님 말로는 ducasse는 벨기에와 프랑스 북부의 마을과 소도시에서 매년 열리는 대중 축제로, 일반적으로 해당 지역 수호성인의 축일에 개최된다고 한다. 이쯤에서 얘가 왜 ducasse를 불어로 표기하지? 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주위에 불어 좀 하는 분한테 발음해달라고 해보라. 우리 말로는 발음이 좀 거시기하다. 뒤라고 하기에는 듀ㅣ와 발음이 비슷하고 쓰라고 하기에는 쎄와 발음이 비슷하고, 아무튼 이 글에서는 뒤까스라고 하기로 한다. 오늘날 프랑스 북부에서 뒤까스는 놀이공원을 의미한다고 한다.
아트의 뒤까스는 지역의 생 줄리앙 교회의 봉헌식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8월 말에서 9월 초까지 열리던 행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행렬은 거인 행렬인데 다윗과 골리앗이 가장 유명한 등장인물이다. 2008년, 뒤까스는 유네스코에 의해 인류 구전 및 무형 유산 걸작으로 등재되었다.
생 줄리앙 교회 앞에는 산페르민 페스티벌에서 봤던 리아우 리아우를 구성하는 작은 밴드가 프랑스 풍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보라색 티셔츠를 맞춰입은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거나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그들의 티셔츠 등판에는 물집들이라고 적혀있는데, 생 줄리앙 교회의 종탑에 걸린 종, 줄리아나를 타종하기 위해 거친 줄을 잡아당기느라 생기는 물집을 의미한다. 이 사람들은 타종을 위한 참여자들이었던 것이다. 주변의 음식점 주인들이 물집들에게 맥주를 가져다 주고 사기를 북돋아 주기도 했다.
정오가 되기 전 물집들이 좁은 통로를 따라 종루에 올라간다. 정오가 되면 뒤까스의 시작을 알리는 타종이 시작된다. 물집들이 긴 줄을 당기고 놓고 하며 타종을 한다. 엄청난 소리가 종루 안에 퍼진다. 굉음에 가깝다. 종지기가 나에게도 줄을 잡을 기회를 줬다. 열심히 당겼다 놓기를 몇 번씩, 정말 물집이 생길만했다. 이제 뒤까스의 시작이다.
생 줄리앙 교회에 200 미터 떨어진 곳에 시청 광장이 있다. 그곳에는 어린이를 위한 트레이너 놀이시설이 10여 개 있었다. 회전목마는 빠지지 않는다. 시청 주변의 음식점에서는 테이블을 펼쳐놓고 음식과 맥주를 팔고 있었다. 이미 유명한 거인 인형인 골리앗과 그의 신부는 생 줄리앙 교회를 거쳐 이곳으로 도착해있었다. 늠름한 골리앗과 다소곳한 그의 신부가 시청 광장의 주인공이다. 잠시 후에 이곳을 출발해 생 줄리앙 교회 뒷편의 한 곳에서 결혼식을 하고 피로연을 열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의 신부는 꽤 슬퍼 보인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니까 내일 벌어질 일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까?
골리앗과 그의 신부의 행진이 시작되었다. 늠름한 골리앗이 앞장 서고 다소곳한 그의 신부가 뒤를 따랐다. 골리앗은 행진 중에 빙글빙글 돌며 주변의 사람들에 인사를 하는 듯 했다. 그의 신부 뒤로는 총을 멘 전통 복장의 군인들이 따랐다. 꼬냑통을 멘 여 의무병도 행렬에 참여했다. 행렬이 시작되기 전 꼬냑을 작은 잔으로 한잔 얻어서 마셨는데 진짜 독한 꼬냑이었다. 물어보니 전쟁 중에 마취제로는 그만이었다고 한다. 그 뒤로는 익살스러운 퍼포머들이 따랐고, 마지막 그룹으로는 지역의 유명인들이 참여했다. 그 중에 사람들이 박수로 환호한 사람이 있었는데 벨기에의 왕자라고 했다. 아트의 뒤까스가 꽤 유명한가보다.
행렬에 참여한 전통 복장의 군인들이 행렬을 멈춰서 총을 발사하기도 했는데 한 군인이 작은 카메라를 들고 왔다 갔다 하는 날 보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더니 탄피를 전해줬다. 놀랍고 고마웠다. 하지만 탄피를 가지고 돌아가는 비행기를 탈 수는 없었다. 행렬을 기다리며 또 행렬에 따라가며 둘러보다가 발견한 호텔 발코니의 아름다운 여인에게 탄피를 주겠다고 제스처를 했다. 그랬더니 그녀가 호텔 입구로 내려왔다. 당신을 위한 것이라고 하고 볼 키스를 해달라고 했더니 기꺼이 내게 볼키스를 해주었다. 아주 황홀한 경험이었다. 이 장면 내 유튜브 채널에 있다. 꼭 확인해 보시라. 그녀는 꽤 아름다웠다.

오후에는 시청 광장에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 있다. 다윗은 지역에서 선정한 어린이다. 선정되고 나면 그 어린이는 다윗과의 싸움을 위해 준비를 한다. 골리앗과 다윗은 어떻게 싸울까?
구약성경에 의하면 골리앗은 다윗의 돌팔매질에 쓰러진다. 뒤까스에서 골리앗과 다윗은 어떻게 싸울까? 골리앗은 거인 인형이다. 그 안에 사람이 번갈아 가면서 들어가서 지게를 메고 행진하는 형식의 거인 인형이다. 행진을 위해서 골리앗의 치마 앞부분에 앞을 내다보게끔 만든 구멍이 있다. 거인 인형 안에 들어간 사람은 이곳을 통해 앞을 내다보며 행진을 한다.
시청 광장에 골리앗이 서있다. 전통 복장을 한 어린이가 골리앗과 마주 보며 의미 심장한 표정으로 서있다.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려고 골리앗과 다윗 어린이를 둘러싸고 있다. 숨막히는 순간이다.
다윗 어린이는 주머니에서 자기 손에 잡기 쉽지 않은 크기의 구슬을 꺼낸다. 그리고 조준을 해서 골리앗 치마 앞의 구멍을 향해 구슬을 던진다. 구슬이 구멍 안에 들어가면 다윗의 승리다. 환호성이 터진다. 하지만 난 아니다. 헛웃음이 나온다. 하하하. 이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인가? 이게 축제까지 벌일 일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싸움을 위해 이렇게까지 열심인 아트 사람들의 위트에 감탄하게 된다. 한편으로 비싼 돈 내고 온 유럽에서 돈 아까워 억지로 찾아내서 온 축제인데 이렇게 허무할 수가 있냐고 머리 속에서 계속해서 되새김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