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윤수 감독님이라 부르는게 좋겠죠!

Q 국악과 축제의 조우 : 1인 10역의 열정으로 쌓은 토대


나의 문화적 뿌리는 국악과 연극적 서사에 닿아 있습니다. ‘극단 작은신화’와의 첫 인연은 기획이라는 개념조차 희미하던 시절이었지만, 어떤 업무든 두려움 없이 도전했던 시기였습니다.


본격적인 ‘국악’ 기반의 기획은 국립극장장을 역임하신 故허규 선생님 문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백제문화제, 신라문화제, 서울시가지 정조대왕 능행차 등 국내 대표 전통문화 축제의 조연출과 구성 대본을 맡으며 전통축제 퍼레이드의 본질을 익혔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분업화 된 시스템이 없어 1인이 10인의 역할을 해내야 했지만, 그 고된 과정 속에서 배운 현장 감각은 훗날 국내 최초 테마파크인 ‘서울랜드’ 입사의 결정적인 자산이 되었습니다.


Q 테마파크 시절 : 상상이 해답이 되는 세상을 설계하다.


IMF라는 경제적 암흑기 속에서 만난 故장제훈 선생님(당시 서울랜드 상무)과의 면접은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습니다. “테마파크가 무엇이라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저는 주저 없이 답했습니다.


“상상하는 모든 것이 실현될 수는 없지만, 모든 것이 정답이 아니어도 그 상상이 해답이 되는 세상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1999년 입사 후 고적대, 무용단, 시즌 퍼레이드 공연기획 · 연출부터 기업 제휴 마케팅까지 섭렵하며 서울랜드의 제2 성장기를 함께 했습니다. 이때 축적된 민간 영역의 경영 마인드와 연출력은 훗날 공공 영역인 지역 문화재단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강력한 추진력이 되었습니다.


제가 기획했던 사업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결혼을 테마로 해서 결혼을 앞둔 연인에게 결혼체험을, 은혼식과 금혼식을 앞둔 신중년 부부에게는 추억의 결혼식을 체험하게 해주는 “결혼체험관” 이벤트를 기획해서 추진했던 것이 우수사업 사례로 각종 매스미디어에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아울러 21세기 시작을 여는 ‘밀레니움 월드 퍼레이드’는 세계축제들을 배치하여 쇼잉(SHOW-WING)함으로써, 서울랜드 방문객에게 큰 인기와 호응을 얻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Q 축제에 대한 성찰 : ‘즐거움’을 넘어 ‘자기 발견’으로


과거의 저는 축제의 기본을 ‘즐거움’과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지역 축제를 거치며 깨달은 축제의 진정한 가치는 ‘나의 행복’과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경험’에 있습니다.


단순히 남들이 좋다고 해서 모이는 축제가 아니라, “내가 누구와 즐기더라도 후회 없는가?”, “이 축제 안에서 나는 평소와 다른 나를 마주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축제여야 합니다. 이러한 철학적 유효성은 시대가 변해도 축제가 가져야 할 본질적인 힘입니다.


Q 지역 문화재단의 비전 : 생계형 직장을 넘어 공공의 해답으로


여러 지역 문화재단을 거치며 느낀 안타까움은 축제가 지자체의 홍보 수단이나 도시 브랜딩을 위한 단기 소모품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1년 가까이 주제 의식에 천착하던 과거의 진정성이 사라진 자리를 3~6개월짜리 급조된 행사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재단 종사자들 역시 이를 ‘생계형 직장’으로 여기며 공공재로서의 기본 사명을 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사업 기획 못지않게 정교한 예산 기획과 공공성을 갖춤으로써 지역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적 결핍 요소를 해소하고 즐거움을 회복할 수 있는 ‘해답을 제시하는 조직’으로 재단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지역의 문화재단이 축제와 어떻게 관계를 가져야 바람직할까요?


지역 문화재단은 단순히 행사를 대행하는 ‘프로모션 업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축제는 지역문화의 고유성을 살린 ‘인문학적 통찰’과 ‘예술적 가치’가 공존하는 장이어야 하며, 재단은 이를 장기적으로 육성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말뫼 페스티벌(Malmöfestivalen)’은 쇠락하던 공업 도시를 문화 도시로 탈바꿈시킨 사례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지역 공동체의 서사를 축제에 녹여냈습니다. 또한 오스트리아 빈의 ‘뮤직 필름 페스티벌’처럼 시청 앞 광장이라는 공공의 장소를 활용해 고전 예술을 현대적 매체로 재해석하며 시민들에게 일상의 행복을 전하는 기획력이 필요합니다. 재단은 이처럼 축제가 일회성 소모품이 아닌,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지속 가능한문화 콘텐츠로 성장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Q 혹시 이 축제는 꼭 관여해보고 싶은 축제가 있나요? 이유도 알고 싶어요.


부천 시민으로 정주하며 오랫동안 고민해 온 꿈이 있습니다. 바로 2025년 50주년을 맞이한 일본의 ‘코미케(Comiket)’와 같은 강력한 문화, 산업적 자생력을 가진 ‘문화콘텐츠 IP(지식재산권) 창작·유통 플랫폼 축제’를 개최하는 것입니다.


부천은 만화, 영화, 캐릭터, 애니메이션, 웹툰 등 세계적인 수준의 문화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단순히 관람하는 축제를 넘어, 1·2차 창작물들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새로운 창작자가 발굴되는 ‘플랫폼형 축제’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는 부천 미래 비전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으로, 창작자에게는 기회를, 시민들에게는 즐거움을, 그리고 지역 경제에는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는 ‘문화산업축제’의 정점을 찍어보고 싶습니다.


Q 앞으로 문화재단에 혹은 축제 감독으로 어떤 쪽으로 업을 세우실 건가요?


저는 ‘문화와 경제가 실증적으로 함께 숨 쉬는 축제’를 만드는 감독이 되고자 합니다. 이제 축제는 ‘예산 소모적 행사’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생산적 엔진’이 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문화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콘텐츠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IP로 진화해야 하며, 그 시작점은 바로 제가 사랑하는 부천과 같은 현장이 될 것입니다. 단순히 즐기는 축제를 넘어, 문화적 욕구와 경제적 가치가 선순환하는 모델을 증명해 내는 것, 그것이 제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길입니다.

작성 2026.04.03 14:10 수정 2026.04.0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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