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탐방기] 딸기가 뭐길래?

축제 전문가들이 나와 관계가 없는 축제에 가기란 매우 어렵다. 그 축제를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 축제의 용역을 맡거나 자문을 하지 않는 것이라면 정말 그 축제에 가기는 어렵다. 그 축제에 가보려고 하면 내 축제가 코 앞이다. 남의 축제에 관심을 가질 틈이 없이 바쁘다. 그래서 축제 전문가가 다른 축제에 가보기란 매우 어렵다. 나도 그렇다.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논산 딸기축제에 다녀왔다. 논산 딸기축제에 관련된 아는 사람이 많아서다. 우선 논산문화관광재단의 대표이사님께서 지진호 전 건양대학교 부총장님이다. 축제팀장이 최철 소장님이다. 전체 MC가 축제전문 MC 도널드다. 그리고 내가 밀고 있는 축제 콘텐츠인 글로벌존을 운영하는 사람이 윤성훈대표이다. 묻어묻어 갈 만한 이유는 쌓여있다.

 

원주에서 논산에 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원주에 기차로 제천으로 가서 다시 제천에서 조치원으로 가고 거기서 논산으로 가는 기차를 타면 논산에 도착한다. 거기서 택시를 타고 막히는 도로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죽이다 보면 겨우 축제장에 도착한다. 관계 인구가 아니라면 특산물축제에 오지는 않는다.

 

금요일 오후쯤에 축제장에 도착했다. 어라 논산 딸기축제는 특산물축제가 아닌가? 축제장을 한바퀴 돌아서 글로벌존으로 가려고 했는데, 축제장 곳곳에 MZ가 너무 많다. 조금 전 논산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인이며, 젊은 연인이며, 젊은 친구들이 붐볐었다. 그런데 축제장도 마찬가지다. 비율로 따지면 6:4 정도다. 특산물축제가 MZ한테 이렇게 인기가 많다고? 특산물축제로 말하자면, 이천 쌀문화축제나 임실N치즈축제나 순창 고추장축제나 쌀 사러려는 사람이거나 치즈 좋아하는 아이들이나 고추장맛 좀 아는 사람들이 북적이지않나? 그런데 논산 딸기축제에는 MZ들이 반은 넘은 수준이다. 궁금해서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MZ들에게 무엇 때문에 딸기축제에 오게 됐냐고? 숏폼 컨텐츠가 만들어낸 밈때문이란다. 딸기 모찌, 딸기 마카롱, 딸기 가래떡, 딸기호떡, 딸기 아이스크림, 딸기 식혜, 딸기 막걸리 등. 그래서인가 딸기와 관련된 대부분의 부스는 줄서기가 끝이 없다. 정말 이래야만 하는건가? 딸기가 뭐길래?

 

난 웬만하면 줄을 서지 않는다. 줄 서는 식당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줄 서는 식당은 우선 식당이 좁다. 테이블이 몇 개가 되지 않는다. 맛은 있다고 소문이 났는데 손님을 받을 공간이 좁다. 게다가 먹는 시간이 긴 메뉴라면 회전율은 떨어지게 된다. 당연히 줄을 서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난 웬만하면 줄을 서지 않는다. 그런데 논산 딸기축제에 유명한 성심당이 입점했단다. 기념으로 딸기 소보로 튀김빵을 출시한단다. 아침 일찍 축제장에 도착해 축제장을 한바퀴 돌아보다가 보게 됐다. 성심당 부스에 사람들이 줄 서있다. 축제장 개장을 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줄이 만만치 않다. 안내요원에게 물었다. 여기쯤이면 개장하면 몇 시간 정도 걸려야 빵을 살 수 있어요? 한 시간쯤 걸릴 것이라고 한다. 그래 한 시간 정도야. 줄을 섰다. 1시간 30분 정도 지나서 성심당 부스가 시작되었다. 조금씩 줄이 줄어든다. 요듬 사람들 오픈런 문화에 익숙해서인지 짜증도 안내고 잘 기다린다. 줄이 움직이기 시작한 지 1시간 정도 지나서 내가 빵을 살 수 있는 시간이 왔다. 딸기 소보로 튀김빵은 1인당 2개씩, 튀김 소보로빵은 1인당 5개씩이 정량이란다. 2시간 30분을 기다려 얻은 소득치고는 많이 서운했다. 어쩔 수 없었다. 튀김 소보로빵은 진심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팥이 촉촉했다. 튀김 소보로빵은 진심이다. 성심당의 딸기 소보로 튀김빵은 논산 딸기만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축제 부스에 참여하기로 했단다. 벌써 논산 딸기축제의 하나의 밈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튀김 소보로빵이 진심 맛있다.

 

[논산 딸기축제 전경, 이곳이 잠시 후 사람들로 꽉 채워진다]

 논산 딸기축제에서 딸기를 파는 곳은 크게는 2곳이다. 입구에서 들어오면 농협딸기판매소와 푸드트럭이 있는 곳에 청년딸기판매소이다. 그리고 나머지 부스가 딸기와 관련된 부스이다. 딸기와 관련된 파생상품이 엄청 많아졌다. 우선 한국관광공사에서 도움을 준 딸기 캐릭터 제품은 첫날에 4일 치가 다 팔려서 축제 기간 중에서는 온라인 판매만 가능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외의 딸기 관련 굿즈가 꽤 인기가 있었다. 딸기 모찌, 딸기 막걸리, 딸기 마카롱, 딸기 호떡, 딸기 식혜, 딸기 아이스크림, 딸기 레스토랑 등 올해의 딸기 관련 파생상품은 엄청났다. 부스마다 줄 서기가 없는 곳은 없었다. 딸기가 뭐길래?

 

[딸기 관련 파생상품 부스에는 줄 서기가 일반적이다] 

딸기축제가 왜 성공했을까? 물론 MZ 세대가 축제장에 엄청나게 찾아온 데에는 SNS의 숏폼 컨텐츠가 큰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게 딸기축제의 성공에 대한 이유의 전부일까? 좀 더 생각해보면 답은 분명해진다. 딸기는 국민 최애 과일이 아닐까? 딸기 싫어하는 아이를 본 적 있는가? 딸기 싫어하는 사람을 본 적 있는가? 딸기 알레르기란 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가? 아주 보편적인 소재인 딸기가 딸기축제의 성공에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딸기의 민족 아닙니까?

 

딸기축제로 나처럼 3일을 머무를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나야 얽히고 섥힌 관계로 몇 일씩 축제장을 어슬렁 다녀도 심심하지 않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아싸리한 볼거리 하나 정도는 있어야 1박 2일 정도의 축제 여행을 하지 않을까? 볼만한 콘텐츠로 축제장에서 딸기 따기 체험 정도는 할 수 있어야 오픈런 정도의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난 딸기만 사려고 찾아가는 특산물축제가 아닌, 딸기 파생상품을 밈처럼 즐기고 싶은 콘텐츠축제로 논산 딸기축제가 좋다. 정말 딸기가 뭐길래?

작성 2026.05.20 15:56 수정 2026.05.2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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