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경 변호사 칼럼] 여성청소년국 신설, 조직 개편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실질적인 보호'입니다


최근 경찰청이 여성·청소년 대상 범죄 대응을 전담하는 '여성청소년국' 신설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스토킹과 성범죄, 가정폭력 등 여성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문성을 갖춘 조직을 별도로 운영하겠다는 취지는 분명 반가운 변화입니다.

그동안 관련 업무는 여러 부서에 분산되어 있었고, 피해자 보호 정책과 현장 대응 역시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습니다. 전담 조직이 신설된다면 보다 체계적인 정책 수립과 전문적인 사건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성범죄 피해자들을 만나며 느끼는 것은 조직의 명칭이나 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점입니다. 바로 피해자가 실제로 보호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가입니다.

성범죄 피해자는 신고를 결심하는 순간부터 수많은 두려움을 안고 있습니다. 사건을 신고하면 가해자가 보복하지 않을까, 조사 과정에서 또다시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주변 사람들이 알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이 끊이지 않습니다.

법률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제도를 적절한 시기에 활용하지 못해 피해가 확대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접근금지 조치가 필요한 상황인지, 증거는 어떻게 보존해야 하는지, 디지털 증거는 어떤 방식으로 확보해야 하는지, 조사 과정에서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등은 사건 초기부터 충분한 안내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스토킹 사건은 단순한 괴롭힘으로 끝나는 경우보다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피해자가 "조금 더 지켜보자"거나 "신고해도 달라질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이 위험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이번 여성청소년국 신설이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히 조직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위험도를 신속하게 판단하고, 보호조치를 적극적으로 연계하며, 수사와 피해자 지원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조직 신설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성범죄 피해는 사건이 종결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형사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피해자는 지속적인 심리적 불안과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경찰의 수사뿐 아니라 법률 지원, 심리 상담, 의료 지원 등 여러 분야가 함께 연결되는 통합적인 피해자 보호 체계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저 역시 성범죄 피해 사건을 맡으며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피해자가 다시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입니다. 처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2차 피해를 예방하며 회복을 돕는 것 역시 법률 전문가가 함께 고민해야 할 중요한 책무입니다.

여성청소년국 신설은 우리 사회가 피해자 보호를 더욱 중요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하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제는 조직 개편이라는 제도적 변화가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보완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도움말 : 정선경 변호사 (법무법인 이엘 성범죄 피해자 케어센터)

작성 2026.07.10 15:00 수정 2026.07.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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